올림픽은 스토리다

2012. 8. 25. 12:26짧은글긴여운

올림픽은 스토리다



온 국민에게 감동과 자부심을 선사했던 런던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열대야 속에서 밤잠을 안자가며 응원했던 분들이 많았죠. 대한민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금메달 수에서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에 등극했습니다. 양학선, 손연재 등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했죠. 오진혁(남자 양궁 금메달리스트)씨와 기보배(여자 양궁 금메달리스트, 2관왕)씨의 러브 라인도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 제가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우리 선수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의 ‘이야기 모음집’과도 같다고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죠. “메달색깔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선수들이 흘린 땀의 색깔은 모두가 같다.” 맞습니다. 올림픽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박수를 받아야 합니다. 성적은 나중 문제입니다.

 

지난 7월 30일 남자 2000m 조정경기(싱글 스컬 경기)에서 너무 느려서 스타가 된 조정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 중서부의 니제르공화국 선수인 하마두 지보 이사카였습니다. 그의 기록은 9분7초99. 함께 경기한 선수보다 1분 이상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것입니다.

 

그의 기록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더 나빠졌습니다. 예선 첫 레이스 8분25초56. 패자부활전 8분39초66. 이틀 후에는 9분7초99. 선수라기에는 어딘가 많이 부족한 것을 느끼게 되죠. 이사카 씨는 3개월 전에 처음으로 노를 만져봤다고 합니다. 니제르는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에 둘러싸인 내륙지방이어서 물 구경을 하기 힘든 나라입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위해 이집트에서 2주간 조정을 배웠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와일드카드를 내줘 이사카는 니제르 대표선수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가 조정선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물에 빠져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50m 자유형 수영선수였습니다. 기록은 27초. 세계 수준과는 6초 이상 차이가 나죠. 이사카는 이번 올림픽에 참석하기까지 조정 완주경험이 6-7회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사카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던 에릭 무삼바니 선수가 회자됐었습니다. 무삼바니는 적도 기니 선수로 자유형 100m 경기에 헐렁한 사각 펜티를 입고 일반인처럼 수영을 하며 ‘자랑스러운 꼴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완주가 올림픽 정신이기 때문이죠. 1위보다 이사카가 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올림픽입니다.

 

‘여자 펠프스’라는 별명을 갖게 된 미국의 여자 배영선수 미시 프랭클린. 키 185cm에 280mm 왕발. 양팔을 벌린 길이가 193cm. 수영선수로서는 특출한 신체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올림픽 배영 100m 결선에서 58초33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앞선 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땄습니다. 미국 언론은 마이클 펠프스를 이어 새로운 수영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의 숱한 기업들로부터 스폰서 계약을 제안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순수 아마추어선수로 남고 싶다”면서 거절했습니다.

 

인구 300만명의 소국 리투아니아의 여자 수영선수 루타 메일루타이트. 그는 평영 100m 결승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레베카 소니를 0.08초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습니다. 그는 1990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뒤 리투아니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그는 4살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아버지는 외국을 떠돌며 궂은일을 해서 생활비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그는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습니다. 메일루타이트가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운 것은 2년 전인 13살 때. 아버지가 영국 남서부 군항 플리머스의 한 양로원에서 일을 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남자 평영 100m 경기에서 3연패를 노리는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와 세계기록 보유자인 호주의 브랜턴 리카르드를 따돌리며 우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메론 판 데를 부르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종전 세계기록을 0.12초 앞당긴 58초46으로 금메달을 얻었죠.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올림픽 경기를 볼 때 ‘아버지가 올림픽 챔피언이었단다’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올림픽은 이처럼 스토리입니다. 인간 냄새 풀풀 나는 삶의 터전입니다. 그곳에는 언어, 피부색깔, 남녀의 차이가 없습니다. 갈등과 대립의 이데올로기도 없습니다. 경기의 결과로 인해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모든 걸 좌우하지 않는 놀이터와 같습니다.



출처 : 대니얼워드차이나http://danielham.tistory.com/category/%EB%AF%B8%EB%94%94%EC%96%B4%20%EC%83%9D%EA%B0%81/%EC%84%B8%EA%B3%84%EB%8A%94%20%EB%91%A5%EA%B8%80%EB%8B%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