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과 비닐하우스(대니얼워드차이나)

2012. 8. 25. 12:33짧은글긴여운


양학선과 비닐하우스(대니얼워드차이나)






 

  한국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도마 금메달리스트가 된 양학선 선수와 눈물의 비닐하우스에 얽힌 이야기가 연일 화제입니다.

 

   양 선수의 과거에 대해 잠시 알아볼까요. 그는 광주 광천초등학교를 거쳐 광주체중·고를 졸업했습니다. 2년 전까지 광주에서 살았지만 공사장 미장기술자였던 아버지가 어깨를 다친 뒤에는 할 수 없이 전북 고창군으로 이주해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단칸방에서 어렵게 생활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모든 국민의 관심사가 된 것입니다. 8일에는 양 선수 가족의 비닐하우스가 있는 남동마을에 라면이 쇄도했습니다. 후원 인증샷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개됐죠. ‘양학선 선수! 한국 최초 체조 금메달 획득.’

 

   축하 현수막과 함께 양 선수의 어머니(기숙향 씨)가 마을 이장, 농심 회사 관계자와 기념촬영한 모습이었죠. 양 선수는 ‘너구리 라면’을 먹고 금메달의 꿈을 키워나갔다는 기 씨의 인터뷰가 계기가 된 것입니다. 농심은 양 선수 가족이 동의하면 너구리를 평생 지원하겠다고 하네요.

 

   다시 양 선수의 스토리를 더듬어 가볼까요.

 

   158cm의 단신, 스무 살 청년 '도마의 신' 양학선은 가난했지만 결코 좌절할 수 없었습니다. 단칸방 비닐하우스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신과 가족의 처지를 해결하려면 더더욱 그러해야만 했죠. 이번 올림픽 참여에 앞서 태릉선수촌에서 고된 훈련을 거치면서 받는 돈은 하루 4만원. 그것조차 아껴서 매월 80만원을 비닐하우스에서 폭염과 싸워야 하는 가족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8일 방송된 SBS '런던와이드'에 출연한 양 선수는 한때 방황한 시절이 있다고 고백했죠. 그는 당시 눈물을 흘리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뭉클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더 기를 쓰고 (경기)한 이유는 부모에게 집을 선물하고 싶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했죠.

 

   일약 ‘국민효자’가 된 양 선수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적 상황이 많이 호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그는 6000만원의 금메달 포상금과 더불어 매월 100만원의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연금을 받게 됩니다. 이밖에 대한체조협회장이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체조 금메달리스트에게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1억원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삼라건설을 모태로 창업한 SM그룹이 양 선수 가족을 위해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SM그룹은 현재 광주 남구 월산동에 전용면적 85㎡(35평형·시가 2억여원)의 ‘우방 아이유쉘’을 신축 중인데 내년 말 완공 예정이라고 합니다.

 

   양 선수 신드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철저하게 준비돼있었다는 점입니다. 운동의 천재성만은 아니라는 뜻이죠. 2010년, 18살의 나이에 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여해 도마 금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 10월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1위를 거머쥐며 세계 체조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그때 선보인 기술이 공중에서 1080도를 비틀어 내리는 이른바 ‘양학선’. 수없는 시행착오와 몸의 부상을 딛고 일어선 쾌거였습니다.

 

   세계선수권 최종 점수는 16.866점, 역대 도마 사상 최고였습니다. 당시 그는 세계 최강 토마 부엘과의 맞대결에서 이 기술로 승리해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에 앞서 2011년 7월 코리아컵 국제초청에서 이 기술을 선보인 바 있었습니다.

 

   ‘양학선’은 도마 쪽으로 달려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뛰어 세 바퀴를 돌아 착지할 때 도마 쪽이 아닌 도마 반대편으로 보고 내려서야 하는 동작입니다. 매우 높은 점프력을 필요하죠. 도마 반대편을 봐야 하기에 착지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올림픽 결선에서 그는 도마 종목 최고 난도 7.4점인 ‘양학선’에 도전했다. 착지가 약간 불안했지만 공중 동작이 완벽해 거의 실점이 없었습니다. 16.466.

 

   이어 그는 ‘쓰카하라 트리플’을 선보였죠. 1972년 일본에서 시작된 이 기술은 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를 비틀어 도는 것입니다. 2차 시기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착지로 최종점수 16.600, 1,2차 시기 평균 16.533점으로 금메달을 확정지었습니다.

 

   만일 그가 체조에 대한 천재성만 믿고 경기를 준비하거나 경기에 임했다면 결코 오늘의 감격스러운 결과를 맞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양 선수는 지금의 ‘양학선’에만 머물러 있지 않겠다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물론 그는 천부적으로 도마에 적합한 신체조건과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포츠동아 체조 해설위원인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에 따르면 “양 선수는 회전관성(관성모멘트·물체가 자신의 회전운동을 유지하려는 정도)을 감각적으로 잘 이용할 줄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박사는 “양학선은 몸을 쓰는 방법이 뛰어나다. 착지를 앞두고 회전속도를 줄이기 위해 팔을 펴는 타이밍이 좋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포츠 동아에 나온 기사를 좀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움닫기 후 도마를 손으로 짚은 뒤 공중으로 도약할 때는 회전관성을 작게 해 회전속도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정점에서 떨어지면서는 회전관성을 크게 해 회전속도를 줄여야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다. 이 때 팔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팔을 몸에 붙이면 회전관성이 작아지고, 팔을 펴면 회전관성이 커진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트리플악셀 점프를 할 때 도약 시점에선 팔을 오므리고, 착지 시점에선 팔을 펴 안정적인 착지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양 선수가 앞으로 더욱 정진해주기를 바랍니다. 잠깐 폈다 지는 꽃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민들 또한 그를 묵묵히 지켜보면서 성원해줘야 합니다. 설사 잠시 슬럼프에 빠진다해도 애정의 눈으로요. 어느 순간에는 내려와야 하는 게 인생이고 스포츠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 선수에게 기대를 계속 걸어볼 수 있는 것은 금메달을 딴 뒤 가진 인터뷰에서 4년 뒤 브라질올림픽에 대한 목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는 ‘양학선’ 기술에 반바퀴 더돌아 공중에서 1260도를 회전하는 새로운 신기술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신기술이 국제체조연맹에서 공인된다면 먼저 기술은 '양1', 새 기술은 '양2'가 될 것입니다.

 

   "체조는 룰이 자주 바뀌거든요. 4년 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요. 이번에도 바뀔 것 같기 때문에… 일단은 한국에 돌아가서 그 룰이 바뀌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신기술을 개발해볼까 생각 중이고요. 그게 계획입니다."

 

   양 선수의 말입니다.



출처 : 대니얼워드차이나 http://danielham.tistory.com/entry/%EC%96%91%ED%95%99%EC%84%A0%EA%B3%BC-%EB%B9%84%EB%8B%90%ED%95%98%EC%9A%B0%EC%8A%A4